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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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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2.11.21 조회1,9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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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말씀


박미산


계단을 헛딛고 굴러간다

치마 밑으로 드러난 속옷이 유난히 하얗다

몰려드는 인파의 비명

지하철은 예정대로 달리고

그녀의 생각은 구부정하게 휘어진다

도착할 곳을 잃어버린 그녀

붕대에 싸맨 머리를 짚고

기억을 더듬어본다

정오부터 한밤중까지

쭈글쭈글해진 기억이 펴지지 않는다

숫자가 다가오는데

주소가 다가오는데

얼굴을 바꿔 봐도 잡을 수 없다

간호사와 그녀를 데리고 온 청년이

환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서로 배신하는

그녀의 생각과 그녀의 몸

의자에 몸을 밀어 넣는다

외출할 때는 가장 좋은 속옷을 입어야 해

사고 당하면 얼마나 추레하겠니?

미래를 점친 긴 말을

씹고

굴리고

삼키고

잊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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