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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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계심 작성일2014.06.02 조회1,804회 댓글0건본문
* 망태꽃 *
멀쑥허니 가냘프게 웃자란 줄기 위에
애처롭게 피어난 작은 꽃이여,
오뉴월에 어디고를 마다않고 지천으로 피어나
하늘거리는 하얗고 노란꽃이여,
조선이 망하던 개화기에 수입되는 철도침목에 붙어 귀화했다는
족보 불명의 노랗고 하얀 꽃이여!
나라 잃은 울분을 뒤집어 쓰고 명명되었다는
그 이름조차 참 애처롭구나!
그럼에도 땅을 가리지 않고 순명의 자세로
하늘 향해 춤추고 선 모습이 참 눈물겹구나!
사람들은 계란후라이 닮았다고 픽픽 웃기도 한다마는,
너무나 흔한 잡초라고 뎅강 자르고 쑥 뽑아버리기도 한다마는,
그래도 그래도 지독한 생명력으로 솟아나 어느 샌가 흰노란 그 자태로
이 땅 만인의 소박하고 친근한 민초가 되었음에랴!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즉히 불러보느니,
왠지 모를 고요한 생의 의지로,
혹은 지난 날을 잊게 하는 사랑의 힘으로 다가와
소근대며 미소짓는 오뉴월의 주인공이라!
잊지 않으리, 가슴에 담으리,
오, 그 이름 나의 개망초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