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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국 끓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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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2.09.19 조회2,0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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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국 끓이던 날





손세실리아





노모의 칠순잔치 부조 고맙다며

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왔다

도막난 뼈에서 기름 발라내고

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

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

단골 정육점에 물어보니

물어보나마나 암소란다

새끼 몇 배 낳아 젖 빨리다보니

몸피는 밭아 야위고 육질은 질겨져

고기 값이 황소 절반밖에 안 되고

뼈도 구멍이 숭숭 뚫려 우러날 게 없단다



그랬구나

평생 장승처럼 눕지도 않고 피붙이 지켜온 어머니

저렇듯 온전했던 한 생을

나 식빵 속처럼 파먹고 살아온 거였구나

그 불면의 충혈된 동공까지도 나 쪼아먹고 살았구나

뼛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축이며 살아왔구나

희멀건 국물,

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




* 올 여름 어느 노보살님의 시주로
상단의 닷집안에 용 두마리를 새로
모시게 됐습니다.
시주하신 보살님께 감사드립니다. _()_

경상북도 칠곡군 지천면 창평로 415번지 Tel. 054-977-2223E-mail. yj49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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