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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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2.11.02 조회2,601회 댓글0건본문
시내에 볼일이 있어 다녀오다가
아래 주차장에 쌓인 낙엽들을 보며
차를 멈추었습니다
가까이 대빗자루가 있어서 낙엽을 쓸며
연초록 어린 잎으로 피어나던 보드라움과
노랗고 붉은 빛으로 물든 마른 낙엽 사이에
하나의 태어남과 돌아감을 봅니다
아마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참으로 긴 시간이었을
여름의 비바람과 태풍 속에서도
의연하게 자기 자리에 머물다가
그 역할을 다 해내고 뿌리로 돌아가는
낙엽귀근의 모습이
여법하게 수행하다가
인연이 다해 홀연히 몸을 벗고 가는
청정한 수행자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설총이 스님을 찾아뵈러 절에 온 때에
원효대사는 빗자루를 들어 낙엽을 쓸고 있습니다
설총이 얼른 빗자루를 받아 들어 낙엽을 쓰니
대사는 말없이 방안으로 들어가십니다
마당에 낙엽 한점 없이 깨끗하게 청소한 설총이
대사의 방문앞에 가서 낙엽을 다 쓸었다고 여쭈니
대사는 밖으로 나와 보시고 낙엽이 쌓인곳에 가서
한주먹 낙엽을 집어 마당에 흩뿌립니다
그러면서 원효대사가
총아 가을 마당에는 이렇게 낙엽 몇잎이
떨어져 흩날리는 것도 제격이니라 하시니
그 말에 설총은 크게 깨달았다 합니다
대사가 설총에게 이르고자 하셨던 의미가 무엇이고
설총이 말없는 가르침 속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딱히 집어서 말할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부처님의 제자 주리반특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쓸고 닦는 일로
깨달음의 세계에 들어간 일이 생각납니다
마당의 먼지를 빗자루로 쓸고
마루의 티끌을 걸레로 닦는 행위는
누구나 할수 있는 행위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매일 매일 하는 일이지만
왜 주리반특과 같은 깨달음이 없는 것일까
한번 되돌아 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깥의 먼지와 티끌을 쓸고 닦는 행위에서
마음속에 일어난 번뇌와 상념을 쓸고 닦는
문.사.수의 수행 체계로
전환하여 들어가지 못하는데서 오는
백짓장같은 차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볕이 그냥 종이를 태우지는 못하지만
돗보기를 사용하여 볕을 하나로 모았을때
종이를 태우는 불이 일어나게 되는 것처럼
하루 이십사시간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하는 일마다 마음을 닦는 일로 촛점을 맞추면
우리의 일상 모든 것이 다 수행의 재료가 되고
공덕의 성취가 금방 눈앞에 나타납니다
되는 이와 안되는 이를 굳이 말하자면
한사람은 온 정신을 다해 하는 일에 마음을 기울이고
한사람은 일을 하기는 하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로
흩어지도록 놓아두기 때문입니다
경허스님의 제자 수월스님은
대다라니를 힘써 지송하는데
얼마나 일념이 간절하였던지
아궁이에 밥을 지으려고 불을 지피면서
마음은 다라니 염송에 모아져서
솥단지가 벌겋게 달아 올라도 모를 정도로
나무를 지폈다고 전합니다
옛고인들께서는 칠년 아니 일곱달
그도 아니면 칠일 그도 아니면 일곱시간만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하나로 모이면
무엇이라도 이룰수 있다고 후학들을 독려하시니
무엇이건 성취하려는 사람은 속는셈 치고
칠일만 오매불망으로 노력해보시기 바랍니다
현대인들의 병통은 직접 몸을 움직여
쓸지 않고 닦으려 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또 낙엽이 쌓인 소롯길을 걸어다니는 운치도
깨끗이 쓸어 놓은 길을 가는것 못지않은 기쁨이 있습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 덕분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
/ 원효사 심우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