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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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3.12.03 조회1,968회 댓글0건본문
* 공간 만들기 *
원일스님 (극락사 주지스님)
지난 수능시험 다음날 스리랑카 스님과 소백산 가을 산행을 나섰다.
몸이 아픈 뒤로 2년 전 사제와 함께 덕유산 산행을 하다 힘들어서 중간에
돌아섰던 일이 문득 생각났다.
예전엔 어느 산이나 쉽게 오르곤 했었는데 지금은 몸이 예전같이 않아서
소백산 산행도 걱정이 앞섰다.
등산 코스 중 그나마 편한 단양 어의곡을 택해서 응급약을 준비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오후 1시쯤 산행을 해서 그런지 아무도 없어서 계곡물소리만 들리니
한적하니 좋았다.
1시간쯤 오르니 약간 오르막이 있어서 잠시 쉬었다 오르길 반복하다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해발1439)에 올랐다.
정상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백두대간 전경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번 덕유산 산행 때 오르지 못하고 돌아설 때 " 이젠 평생 산에
못 오르겠구나!" 아쉬웠기에 정상에 오른 기쁨이 크고, 기쁜 만큼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였다.
나를 잊는다는 것은 만물과 친해지는 것이다. 분노나 비난하는 감정의
밑바탕에는 애정이 있다. 그것은 기대나 사랑이 있기 때문일게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듣는 사람이 그것을 모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잠깐 멈추고
서로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힘은 호흡에서 나온다. 바로 마음수행이다.
이것을 '공간만들기'라고 하는데, 나와 나 사이에, 나와 너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다툼은 나와 너 사이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나 사이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내 내면에서 내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그럴 땐 다른 일체 생각을 않고 오직 호흡만 알아차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들어가는 숨이 길면 길다고 알아차리고, 내쉬는 숨이 길면 길다고
알아차리고, 들어가는 숨이 짧으면 짧다고 알아차리고, 내쉬는 숨이
짧으면 짧다고 알아차림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분노의 감정이
사라진다.
이게 부처님 경전에 나오는 수행법이다.